스케이트보드를 오래 타다 보면 어느 순간 슈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처음엔 그냥 트렌디해 보이는 걸 신었는데, 타면 탈수록 쿠션이 어떻고 그립이 어떻고 내구성이 어떻고 하나하나 따지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시중에 나와 있는 스케이트화들을 살펴보면 디자인이 다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 강합니다. 두꺼운 설포, 볼캐니즈드 솔, 두둑한 토박스 등 어떤 브랜드 제품이든 다 비슷한 공식 안에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처음 빌리지 PM(Village PM)을 접했을 때 뭔가 달랐습니다. 생김새부터 달랐고, 소재의 접근 방식도 달랐고, 무엇보다 이 슈즈를 만든 사람들이 스케이트화에 대해 품고 있는 문제의식 자체가 남달랐습니다. 한동안 이 브랜드를 꽤 들여다봤고, 직접 신어보기도 했습니다. 오늘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빌리지 PM이 어떤 브랜드인지, 왜 지금 주목받는지를 되도록 솔직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빌리지 PM(Village PM)은 어떻게 시작된 브랜드인가
빌리지 PM은 2024년 파리에서 탄생한 스케이트 풋웨어 브랜드입니다. 창립 멤버는 세 명인데, 패션 디자이너 바질 라프레이(Basile Lapray), 프로 스케이터 브람 드 클린(Bram De Cleen), 그리고 풋웨어 전문가 줄리엥 트라베르스(Julien Traverse)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조합이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의 스케이트 슈즈 브랜드들은 대부분 스케이터들이 만들거나, 대형 스포츠 브랜드가 스케이트 라인을 별도로 운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Village PM은 처음부터 디자인, 퍼포먼스, 풋웨어 기술이라는 세 가지 전문성을 각각의 인물이 직접 담당하는 구조로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예쁜 스케이트 슈즈를 만들려는 게 아니라, 스케이트화의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의지가 처음부터 느껴지는 배경입니다.
프랑스 알프스의 풋웨어 혁신 기관과의 협업
브랜드의 기술적 기반을 이해하려면 올 트라이앵글스(All Triangles)라는 풋웨어 이노베이션 에이전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프랑스 알프스 산속에 위치한 이 기관은 아웃도어 풋웨어의 그립, 충격 흡수, 내마모성 같은 기술적 문제들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곳입니다. Village PM은 이 기관과 손잡고, 기존 아웃도어 신발 개발에서 축적된 기술을 스케이트 슈즈에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설계했습니다. 클라이밍 슈즈나 트레일 러닝화에서나 볼 법한 기술이 스케이트화에 들어온다는 게 처음엔 조금 생소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신어보면 그 선택이 왜 맞았는지를 발로 직접 이해하게 됩니다.
기존 스케이트화와 빌리지 PM이 다른 결정적 이유
스케이트 슈즈 시장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구조가 있습니다. 볼캐니즈드 방식이냐 컵솔 방식이냐 하는 논쟁, 그리고 여기에 토캡을 얼마나 두껍게 쓰느냐는 식의 변주들이 반복되어 왔습니다. 빌리지 PM은 이 틀 자체를 해체합니다.
러버 글로브 컨스트럭션이라는 독자적 구조
빌리지 PM의 핵심 기술은 러버 글로브 컨스트럭션(Rubber Glove Construction)입니다. 이름이 조금 독특한데, 구조를 이해하면 왜 이 이름을 붙였는지 납득이 됩니다. 유연한 아웃솔과 지속적인 착용 편안함, 그리고 발을 감싸는 보호용 러버 랜드를 하나의 구조 안에 결합한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볼캐니즈드가 가진 보드 감각과 컵솔이 가진 내구성, 그리고 토캡 구조의 보호 기능을 각각 따로 취하는 대신, 이 셋의 장점만을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컨스트럭션을 개발한 겁니다. 제가 실제로 착용했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발이 신발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신발이 발을 ‘감싸는’ 느낌이었습니다. 보드 위에서 발이 미끄러지거나 헛도는 느낌 없이 딱 잡아주는 그 감각이 기존 스케이트화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클라이밍 러버 랜드의 적용
빌리지 PM의 가장 독특한 소재 선택 중 하나가 바로 클라이밍 러버 랜드(Climbing Rubber Rand)입니다. 원래 클라이밍 슈즈에 사용되는 소재인데, 이것을 스케이트화의 측면과 고마모 구역에 수작업으로 적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약간 달라붙는 느낌이 있어서 낯설기도 합니다. 그런데 몇 번 킥플립을 시도하고 나면 그립감이 딱 맞게 안정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달라붙는 게 아니라 ‘자리를 잡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건 이 러버 랜드가 완전히 닳았을 경우, 구두 수선가에게 교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소모성으로 쓰다 버리는 게 아니라 수선해서 오래 쓸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된 셈입니다.
비대칭 프리시즌 핏 라스트
빌리지 PM이 독자 개발한 비대칭 프리시즌 핏 라스트(Asymmetrical Precision Fit last)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인간의 발은 구조적으로 좌우가 완전히 대칭이지 않습니다. 발가락의 배열, 발볼의 각도, 엄지와 새끼발가락 쪽의 형태가 서로 다릅니다. 기존 스케이트화 대부분은 이 사실을 크게 반영하지 않고 좌우 대칭 라스트를 사용해왔습니다. 빌리지 PM은 발의 자연스러운 비대칭 형태에 맞게 라스트를 설계해서, 발가락이 신발 안에서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처음 신었을 때 “이상하게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빌리지 PM의 시그니처 모델 – 1PM, 1PM MID, 1.30PM
빌리지 PM의 첫 컬렉션은 1PM, 1PM MID, 1.30PM 세 가지 실루엣으로 시작합니다. 이름 자체도 독특한데,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시간’이라는 개념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나른한 오후의 감각, 그리고 스케이트보드를 타기 딱 좋은 시간대의 분위기가 전체 컬렉션에 자연스럽게 깔려 있습니다.
1PM – 로우탑의 기준을 다시 세운 모델
1PM은 빌리지 PM의 대표적인 로우탑 모델입니다. 가격대는 약 120유로 전후로 형성되어 있으며, 스케이트 풋웨어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포지션에 해당합니다. 겉으로 보면 매우 클린하고 심플한 스니커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브랜드의 핵심 구조인 러버 글로브 컨스트럭션과 클라이밍 러버 랜드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 구조는 단순히 아웃솔을 덧댄 것이 아니라, 발 전체를 감싸듯 보호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내구성과 보드 컨트롤을 동시에 고려한 것이 특징입니다. 컬러웨이는 블랙, 크림, 네이비, 초콜릿, 퍼플 등 다양한 톤으로 전개되며, 어떤 색상을 선택해도 과하게 튀지 않고 스타일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점이 장점입니다. 블랙 컬러는 데일리 착용 기준으로도 활용도가 높아 가장 범용적인 선택지로 느껴집니다.
1PM MID – 안정감을 더한 확장형 모델
1PM MID는 1PM을 기반으로 한 미드탑 버전입니다. 기본적인 구조와 기술 요소는 동일하게 유지하면서, 발목을 감싸는 높이가 추가되어 안정성이 강화된 모델입니다. 스케이트보드 주행 시 발목 보호가 필요한 라이더나, 미드탑 특유의 안정적인 실루엣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 적합한 선택입니다. 로우탑 대비 볼륨감은 살짝 증가하지만 전체적인 라인은 여전히 과하지 않게 슬림하게 유지됩니다. 기본적인 러버 글로브 컨스트럭션 구조는 그대로 적용되며, 기능성과 실루엣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착화감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장된 모델입니다.
1.30PM – 가장 심플한 로우 기반 모델
1.30PM은 1PM 라인업 안에서 가장 간결하고 미니멀한 성격을 가진 모델입니다. 로우탑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PM보다 전체적인 디테일이 정리되고 더욱 심플한 형태로 다듬어진 것이 특징입니다. 기술적인 큰 틀은 동일하게 가져가면서도 외형적으로는 불필요한 요소를 덜어낸 방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1PM이 기능성과 밸런스를 모두 갖춘 기준 모델이라면, 1.30PM은 그보다 한층 더 “가벼운 접근”의 로우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착용감 역시 부담이 적고, 스케이트 퍼포먼스뿐 아니라 일상적인 스타일링에서도 가장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델입니다. 전체 라인업 중에서는 가장 미니멀하고 데일리 친화적인 포지션을 갖습니다.
빌리지 PM의 문화적 포지션 – 스케이트 씬 안에서의 위치
단순히 기능 좋은 슈즈를 만든다고 주목받는 건 아닙니다. 빌리지 PM이 스케이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 중 한 명인 브람 드 클린이 실제 프로 스케이터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스케이트 씬에서 진짜 타는 사람이 만든 슈즈냐 아니냐는 꽤 중요한 기준입니다. 외부에서 스케이트 문화를 소비하는 것과, 안에서 그 문화를 살아온 사람이 만드는 것은 결과물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HAVEN, Slam City, Kith 같은 셀렉트샵과의 협업
빌리지 PM은 출시 초기부터 HAVEN, Slam City Skates, Kith, Slam Jam 같은 글로벌 셀렉트샵들에 입점했습니다. 이 이름들이 무슨 의미인지 아는 분들이라면 이게 얼마나 빠른 인정이었는지 체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Slam City Skates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케이트 전문 리테일러 중 하나로, 스케이트 씬에서 신뢰도가 높은 제품만을 엄선해온 곳입니다. 이런 채널들에서 빌리지 PM을 다루기 시작했다는 건, 스케이트 문화권 내부에서도 브랜드가 어느 정도 검증을 받았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스케이트 슈즈와 라이프스타일 슈즈의 경계를 허무는 접근
빌리지 PM의 디자인을 보면 스케이트 슈즈라고 티를 내지 않아도 되는 외형을 갖추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풋웨어의 미감에서 영향을 받은 클린한 라인과 구조감이 일상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보드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퍼포먼스를 제공하고, 보드를 타지 않더라도 스타일링 도구로서 활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갖춘 셈입니다. 이 부분이 Village PM을 단순한 스케이트 슈즈 브랜드가 아니라 컨템포러리 풋웨어 씬에서도 주목받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빌리지 PM을 선택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직접 경험한 입장에서, 구매 전에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몇 가지를 솔직하게 공유합니다.
사이즈 선택 팁
비대칭 라스트로 설계된 만큼, 처음 신을 때 익숙한 슈즈와 핏감이 다르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평소에 발볼이 넓은 편이라면 반 치수 크게 선택하는 쪽을 추천합니다. 반대로 발이 슬림한 편이라면 평소 사이즈가 잘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능하다면 직접 착용해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온라인 구매의 경우 교환 정책을 미리 확인해두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클라이밍 러버 랜드의 초기 착용감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클라이밍 러버 랜드는 처음 착용 시 약간 뻑뻑하거나 달라붙는 느낌이 있습니다. 이건 제품 결함이 아니라 소재의 특성입니다. 몇 번 신고 나면 자연스럽게 적응되고, 오히려 이 시기가 지나면 그립감이 훨씬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처음 신었을 때 이 느낌에 당황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가격대와 가치에 대한 현실적인 시각
빌리지 PM의 가격은 스케이트 슈즈 기준으로 프리미엄에 속합니다. 저렴한 스케이트화에 비하면 분명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슈즈를 사용하면서 ‘빨리 닳아서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오래 쓸 수 있는 풋웨어’라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클라이밍 러버 랜드를 수선으로 교체할 수 있다는 구조적 특성도 이 판단에 영향을 주었고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성비를 단순 가격이 아닌 지속 사용 기간으로 계산한다면, 생각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빌리지 PM이 앞으로 어떤 브랜드가 될지에 대한 기대
2024년에 출발한 브랜드가 이미 KITH, HAVEN 같은 채널에 입점하고 55,000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확보했다는 건 상당히 빠른 성장 속도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어떤 모델들이 추가될지, 어떤 협업이 진행될지 기대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클라이밍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이 로우탑과 미드탑을 넘어서 하이탑이나 또 다른 구조로 확장되는 걸 보고 싶기도 합니다. 스케이트 슈즈의 문법 자체를 다시 쓰려는 브랜드라면, 앞으로의 전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치며
Village PM(빌리지 피엠)은 스케이트 슈즈를 오래 신어온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져봤을 불만, 즉 “왜 스케이트화는 다 비슷하게 생겼을까”라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클라이밍 기술에서 가져온 소재, 독자적으로 설계한 비대칭 라스트, 볼캐니즈드와 컵솔과 토캡의 장점을 하나로 합친 러버 글로브 컨스트럭션까지, 처음부터 기존 스케이트화의 공식을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가 제품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스케이트를 타는 분들에게도, 스케이트 씬의 감성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도, 기능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챙기고 싶은 분들에게도 한 번쯤 진지하게 살펴볼 가치가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스케이트보딩은 더 나은 풋웨어를 가질 자격이 있다는 빌리지 PM의 출발점은, 실제 제품을 통해 꽤 설득력 있게 증명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