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쿠라(Boncoura), 빈티지의 영혼을 현대에 되살린 집요한 장인의 데님

일본 데님 브랜드를 조금 깊게 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본쿠라(Boncoura)입니다. 처음에는 다른 복각 브랜드들과 비슷한 결이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 접하다 보니 이 브랜드는 결이 조금 다르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들었습니다. 단순히 ‘옛날 데님을 잘 만든다’는 수준이 아니라, 빈티지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 자체를 지금으로 끌어오려는 방향이 더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실제로 입어보거나 제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새 제품인데도 어딘가 익숙한 질감이 있고, 처음부터 어느 정도 완성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그러면서도 입을수록 점점 더 자연스럽게 몸에 맞게 변해가는 과정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그래서 본쿠라는 단순히 복각 데님으로 보기보다는, ‘시간의 흐름까지 디자인하는 브랜드’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설립자 모리시마 히사오와 브랜드의 시작

본쿠라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설립자 모리시마 히사오입니다. 원래 패션 모델 출신이기도 하고,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빈티지 컬렉터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이 사람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모으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많은 데드스탁과 빈티지 의류를 직접 입어보고, 뜯어보고, 구조까지 분석하면서 계속 연구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결국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지금 방식으로는 진짜 빈티지 느낌을 절대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원단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오래된 셔틀 직기를 개조해서 본쿠라만의 생산 방식을 구축했고, 이 과정이 지금의 브랜드 색깔을 만든 핵심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브랜드 이름인 ‘본쿠라’도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어로 ‘고집쟁이’ 혹은 ‘바보’라는 뜻인데,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파고드는 제작자의 성향을 그대로 담은 이름입니다.

본쿠라 블루, 색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본쿠라 데님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색입니다. 흔히 ‘본쿠라 블루’라고 부르는데, 일반적인 인디고보다 훨씬 더 짙고 깊은 느낌입니다. 이 색의 진가는 입으면서 더 드러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색이 빠질 때,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대비가 굉장히 강하게 생깁니다. 페이딩이 올라오면서 입체감이 확실하게 살아나는 타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원단도 특징이 있습니다. 약 14.5온스 정도의 묵직한 원단을 사용하는데, 구식 셔틀 직기로 천천히 짜기 때문에 표면에 요철감이 살아 있습니다. 이게 빈티지 데님 특유의 거친 느낌을 잘 살려줍니다.

대표 모델, 어떻게 고르면 좋을까

본쿠라는 몇 가지 대표 모델이 있는데, 처음 접할 때는 66, XX, Z 정도로 나눠서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66 모델은 비교적 현대적인 테이퍼드 핏입니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떨어져서 부담 없이 입기 좋고, 입문용으로 가장 많이 추천되는 모델입니다.

본쿠라 66모델 이미지

XX 모델은 훨씬 더 클래식한 느낌입니다. 스트레이트 핏이고, 전체적으로 투박한 분위기가 강합니다. 워크웨어나 빈티지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들께 잘 맞는 모델입니다.

본쿠라 xx모델 이미지

Z 모델은 지퍼 타입이라 착용이 편하고, 핏은 66과 XX의 중간 정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빈티지 감성과 실용성을 같이 가져가고 싶은 분들께 괜찮은 선택입니다.

본쿠라 z모델 이미지

디테일을 보면 왜 이 브랜드인지 이해가 된다

본쿠라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디테일에서 차이가 더 크게 느껴지는 브랜드입니다. 대표적으로 리벳을 보면 일반 도금 제품이 아니라 순구리를 사용합니다. 이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산화되면서 색이 변합니다. 데님과 같이 나이를 먹는 느낌을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가죽 패치도 일반적인 소가죽이 아니라 사슴 가죽을 사용합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내구성이 좋아서 세탁을 해도 질감이 크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여기에 스티치 간격이나 실 굵기까지 전부 빈티지 기준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굉장히 집요하게 신경 쓴 브랜드라는 게 느껴집니다.

리지드 데님 (Rigid Denim), 길들이는 과정까지 포함된 브랜드

본쿠라는 대부분 ‘리지드 데님’ 일명 생지데님 ‘Raw Denim’ 이라고 표현하는 원단으로, 다시 말하면 가공이 안 된 상태로 나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약간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첫 세탁을 하면 허리와 기장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이즈 선택이 중요합니다. 보통은 평소보다 한두 사이즈 크게 선택하는 게 안전합니다. 그리고 ‘소킹’ 과정도 중요합니다.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자연 건조하면서 수축을 먼저 잡아주는 방식인데, 이후부터는 입으면서 주름과 형태를 만들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을 하나의 재미로 즐기는 브랜드라고 보시면 됩니다.

에이징, 확실하게 드러나는 변화

본쿠라 데님은 에이징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인디고 색이 짙고 원단 밀도가 높아서, 시간이 지나면 대비가 강하게 생깁니다. 무릎 뒤 주름이나 허벅지, 포켓 주변 같은 부분에서 변화가 선명하게 나타나고, 전체적으로 입체적인 패턴이 만들어집니다. 입는 사람의 습관이 그대로 반영되는 결과라서, 같은 바지라도 결과가 전부 다르게 나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내 바지’가 되어가는 느낌이 생깁니다.

본쿠라 데님 에이징 이미지

스타일링은 단순하게 가는 게 좋다

본쿠라는 데님 자체의 존재감이 강하기 때문에, 스타일링은 오히려 단순하게 가는 게 잘 어울립니다. 기본 티셔츠나 셔츠에 매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분위기가 살아납니다. 특히 워크웨어나 밀리터리 스타일과 잘 어울리고, 부츠나 캔버스 스니커즈와 매치하면 자연스럽게 정리가 됩니다. 데님 하나를 중심으로 스타일을 잡는 방식이 가장 잘 어울리는 브랜드입니다.캐쥬얼하게도 좋지만 포멀한 스타일링에도 본쿠라 데님은 그 빛을 발합니다. 트위드 자켓이나 블레이저에 데님과 같이 스타일링 하면 격식있는 자리에도 어울리는 깔끔한 스타일링이 완성됩니다.

본쿠라 스타일링 이미지

본쿠라는 이런 분들께 잘 맞는다

본쿠라는 단순히 편하게 입는 데님이라기보다는, 입으면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즐기는 분들께 잘 맞는 브랜드입니다. 원단, 디테일, 에이징까지 전부 강하게 가져가는 브랜드라서, 데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일수록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마치며

본쿠라는 확실히 취향이 갈릴 수 있는 브랜드입니다. 화려하거나 즉각적인 만족감을 주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번 입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경험해보면 생각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브랜드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더 손이 가게 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결국 본쿠라는 ‘지금 예쁜 옷’보다는 ‘앞으로 더 좋아질 옷’을 찾는 분들에게 잘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멋있어지는 데님, 그리고 그 변화를 직접 만들어가는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충분히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옷을 하나 산다는 느낌보다는, 오래 입으면서 나만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하나를 들인다는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본쿠라의 매력이 더 잘 느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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